프로젝트/정박사의 인구학

한국은 엄살을 잘 부리는 나라? (ft. 자살률, 우울증 통계)

뿌부부 2022. 9.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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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인데 이런 꿀꿀한 통계를 보니 오늘은 도저히 이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 바로 시작!

 

 

2021년도 OECD에서 발간한 Health at a Glance는 OECD 각국의 국가통계를 합쳐서 건강에 관련된 모든 주요 파트에 대해 통계분석을 제공한다. 그래서 공중보건, 인구학 파트에서 단일국가연구 뿐만 아니라 국제비교연구를 수행할 때도 매우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2021년도에 발간된 자료지만, 분석에 쓰인 자료를 보니 한국은 2018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썼다. 그러니 아마 조사분석에 쓰인 기간을 고려해보면 지금으로부터 못해도 5년 전은 지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료겠다. 그러니까 이 보고서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통계자료들은 코로나 전에 집계된 자료들이니, 결과값이 코로나랑 무관하다는 걸 먼저 짚고가자. (근데 왜 보고서에서는 COVID-19 이후 결과값으로 해석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게 집계 데이터가 있나..? 2020년 이후 집계된 자료가 2021년에 11월에 발간된 거라면 집필진이 그야말로 미친듯이 고생했겠다..)

 

 

어쨌든.

 

 

가장 먼저 건강행태를 이야기할 때 제시하는 파라미터는 기대수명, 사망률, 자가보고건강상태이다. 요즘은 사망률이 디테일하게 만성질병에 의한 사망과 예방가능한 원인(Preventable and treatable causes)에의 사망으로 분류한다. 아래 테이블 1.2를 보자.

 

 

한국의 기대수명은 83.3으로 OECD에서 5위를 차지한다. 한국보다 기대수명이 높은 나라는 일본(84.4년으로 1등),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정도가 되겠다.

 

다음으로 인구 10만명당 예방가능한 원인에의 사망률을 살펴보자. OECD 평균은 199명이고, 한국은 133명으로 OECD평균보다 나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비슷하게 일본 130명, 스위스 122명, 이탈리아 136명, 스페인 141명으로 OECD보다 나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세번째 파라미터인 만성질병에 의한 사망률은 당뇨에 의한 사망률만 집계되고 있으니 여기선 스킵하자.

 

오늘의 웃긴 통계는 바로 이 네번째 파라미터인데, 자가보고 건강상태를 의미한다. 즉, 자기 스스로 얼마나 건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일종의 사회학적 지표이다. 한국은 이 지표점수가 15.2로 OECD 평균보다 안 좋다.

일본은 13.6으로 더 낮다. 한국, 일본과 기대수명 및 사망률이 유사했던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는 상대적으로 OECD평균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점수가 더 좋다. 

 

 

예방가능한 원인에의 사망률은 지표의 목적과 설계 자체가 한 나라의 공중보건, 질병 및 상해 관리체계 등 전반적인 시스템과 인프라를 살피는 데 있다. 그러니 기대수명이 높고, 예방가능한 원인에의 사망률이 낮다는 사실은 그 나라의 보건관련 제반 시스템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즉, 한국과 일본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장수하며, 건강관리체계를 비롯한 사회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라는 뜻이다. 

 

근데 왜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자기의 건강상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걸까?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유달리 자기 건강에 대해 엄살을 부리는 걸까?

 

 

이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자면, 한국의 경우, 나는 그 원인이 정신건강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좀 슬픈 통계를 살펴보자.

 

 

 

 

아래 자료는 2020년도 기준, 불안증세를 겪는 인구비율(유병률)을 나타낸다.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30으로, 4번째로 유병률이 높은 나라다. 

 

 

 

아래는 우울증에 대한 유병률이다. 한국이 인구 10만명당 37로, OECD 국가 중 1위다. 

 

 

 

아래는 자살률 통계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24.6으로 1위다.

 

하얀 동그라미가 2000년대 자살률을 나타내는데, 에스토니아, 헝가리,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 구소련 국가들이 1991년 소련해체라는 큰 사회변혁을 겪으면서 그 과정에서 자살률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과 10년만에, 이제는 한국이 자살률이 35-50까지 치솟았던 구소련국들보다도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더욱 안 좋은 통계는, 바로 아래 3.16그래프에 있다.

 

1990년도부터 2015년도까지의 자살률 트렌드를 나타내는데, 자살률이 높았던 모든 국가들 모두 대부분 감소세를 보이는데 반해, 한국만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위의 그래프처럼 2019년도에도 여전히 한국이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그리고 그 수치가 2015년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여전히 한국은 자살에 대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회차에 한국의 인구구조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한국의 인구감소 추세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데에는 낮은 출산율과 함께 지속적으로 높은 자살률 역시 일정 부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새로이 태어나는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도 자신을 인구구조에서 착실하게 삭제해나가고 있는거다.

 

 

종합해보면,

한국의 높은 기대수명률과 낮은 수치의 예방가능한 원인에의 사망률로 미루어보아, 한국의 보건사회인프라가 굉장히 훌륭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안의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한국인들이 단순히 생물학적 질병에 고통받기보다는 높은 자살률, 높은 우울증 유병률, 높은 불안증세 등에서 나타나듯 정신적인 질병에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근데 안타깝다는 감정에서 그칠 게 아니라, 왜 그럴까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결국엔 병원이나 치료제같은 물리적인 결핍이 원인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그 무언가가 원인이라는 건데, 도대체 그게 뭘까? 

 

 

다음 화에서는 한국의 자살과 그 원인에 대해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해야겠다.

 

 

각 나라의 국가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고생한 모든 구성원들, 그리고 그 자료를 모두 취합하여 귀한 레포트를 발간해준 OECD 구성원들께 쌩큐!

 

 

 

<참고>

 

Health at a Glance 2021

Health at a Glance provides a comprehensive set of indicators on population health and health system performance across OECD members and key emerging economies. This edition has a special focus on the health impact of COVID-19 in OECD countries,...

www.oecd-ilibra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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