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6 박사를 시작하며 프랑스로 돌아와 박사를 시작하게 된지도 어느덧 3개월이 되어간다. 떠날 때는 언제고 다시는 못 올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돌아와 원하던 일을 하게 되었으니 마음이 새롭고 벅차다. 연구소에 내 자리가 생기고, 사이트에 나의 이름이 올라가고, 같이 연구생활을 나누는 동료들이 생기고, 내 박사 연구를 나의 연구라 인정해주는 교수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게 전부 꿈 같다. 박사를 입학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내게 주어진 기회가 참 커보인다. 석사 졸업 후 붕 떠버린 시간에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서 일도 함께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는 내가 이런 타계책을 찾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뜻하지 않게 실패하듯, 뜻하지 않게 이루어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말은..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4. 10. 논문도, 일단 시작하고 보기 프랑스 대학들은 석사로 입학하면 2년코스로 한번에 입학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석사 1년차(M1)와 석사 2년차(M2) 입학을 별도로 진행한다. 따라서 석사 1년차에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논문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석사 2년차에 입학하지 못한다. 또한 A학교에서 석사 1년차를 졸업했지만, 석사 2년차는 B학교에서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시스템 때문에 석사 1년차부터 졸업논문을 진행해야 한다. 9월 입학해서 이듬해 6월 초까지 논문을 제출해야하니 사실상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 100페이지 가량의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논문을 써 본 연구자들이라면 아마 이 같은 논문일정이 연구내용의 깊이보다는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평가하기 위한 과정임을 단번에 파악했을 지도 모르겠다. 연구주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서른이 넘으면 인생에 책임을 져야한다 언젠가 서른이 넘어서부터는 자기가 지금처럼 살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간에 숨은 뜻이 얼마나 많던지, 아직까지도 나는 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고민 중이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에 보면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나이 서른이 넘어서까지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원망, 애정 결핍을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야한다고. 임경선 작가의 시선에서 보면, 서른 넘어 인생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마음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불운한 가족사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고 균형잡힌 사람이 되는 것. 서른 넘어서는 그런 시도를 해야한다는 거다. 또 다른 뜻도 있다. 많..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부정적인 말들은 힘이 넘친다 지난 내 유학기들을 쭉 다시 읽다보니, 문득 대학 입학시절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갓 상경해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서 혼자 살게 되었는데, 그 때 별별 도시괴담을 다 들었던 생각이 난다.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S양이 1학기를 채 못 마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왔다더라, 서울 애들은 깍쟁이 들이라 서울 가면 쉽게 친구도 못사귄다더라, 방세가 너무 비싸서 자식 대학 보내고 집안에 빚만 잔뜩 늘었다더라(이건 팩트구나)등등. 서울살이는 그렇게도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10년 전 핏덩이 시절의 내가 온갖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을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훤한 일일 테다. 유학을 준비하는 내내 불안에 시달렸던 작년 내 모습이 10년 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을 놓고도 여러 괴담들을 참 많이 들었었다. 외국생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내가 결심하니 온 우주가 가라고 등떠밀었다 마음먹기의 차이 인걸까. 유학을 결심한 지 하루 만에 유학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고, 어학원 등록 절차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어학원 등록이 완료되었고, 이주일 후 비자 서류가 통과되었다. 언어교환 어플을 통해 알게 된 프랑스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성의껏 불어 면접을 도와줬다. 가벼운 마음으로 항공권 스케줄을 알아보다가 보너스좌석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로써 출국일자까지 정해졌다. 모든 절차들이 너무 손쉽게, 또 운 좋게 잘 풀려나갔다. 이래도 되나 걱정될 만큼. 마치 온 우주가 나서서 가라고 등 떠미는 느낌이었다. 유학을 고민하던 시절과 유학을 준비하는 지금, 그 사이에 내가 한 거라곤 유학을 결심한 일뿐이었다. 결심하기 전에도 나는 매일같이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시작하려면 완벽한 준비가 필요해 대학 졸업 이후로 줄곧 해외취업, 유학, 이민, 워킹홀리데이 등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엿보고만 있었다. 장장 4년을. 그 긴 시간 동안 나를 떠나지 못하게 했던 이유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공부할 전공분야가 전망이 있을 지 확신이 없고, 영어도 부족한 것 같고, 돈도 좀 모아야 할 것 같고, 어느 나라가 좋을 지 잘 모르겠고, 돌아와서 자리 잡으려면 경력도 좀 쌓아놓고 나가야 할 것 같고, 집에서 반대하실 것 같고, 내가 나가면 동생은 혼자 살아야 되는데 걱정도 되고 등등. 적고 보니, 난 지난 4년 간 말로만 나가고 싶다고 했지 정작 나갈 생각은 없었나 보다. 시작하려면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조건들이 갖춰지길 기다렸다. 언어도 완벽하고, 경력도 충..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