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5 돈도, 배경도, 운을 이기지는 못한다 남자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는 늘 운이 좋았다. 본인도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학부시절 학교에서 제공하는 특수한 복수학위과정에 합격해서 운 좋게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게 되었다. 또 그는 운 좋게 아이비리그 스펙으로도 합격하기 힘들다는 장학금을 받아 남들은 빚져가며 하는 유학에서 오히려 몇 천 가까운 돈을 모으며 경제적 채비를 하고 있다. 요새 그는 하던 실험에서 우연찮게 전례 없는 발견을 하게 되어 좋은 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이런 굵직굵직한 일뿐만이 아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그는 늘 운이 좋다. 운 좋게 저렴한 값에 더 큰 방을 구하게 되기도 하고, 운 좋게 중고제품을 후한 값으로 처분하기도 하며, 운 좋게 소규모 학회에서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좋아하는 일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뭔가를 꾸준히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첫 브런치 글을 썼던 때가 2016년 7월이니, 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3년하고도 6개월이 가까워진다. 작가에 큰 꿈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나 글 써요 하면서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며 그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해나가는 게 나한텐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글감이 생각나면 써야지 하면서 메모장에 적어두고, 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게끔 글을 쓰고 싶어서 한참을 쓰고 지운 적도 많다. 쓰면서 내 생각도 정리되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간간히 달리는 댓글들이 너무 고맙고 신이 났다.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해 온 글쓰기이지만, 실은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굉장히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깨닫게 된 게 더 크다. 나는 글 쓰는 것을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프랑스에서 와서 배운 점 중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수식어이지만, 내 표현력 안에서 이만한 수식어보다 더 심플하게 설명되는 단어가 없어서 그냥 쓰기로 한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원하는 게 있으면 일단 말이라도 해보라 정도로 풀어쓸 수 있겠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낯설었다. 원래 그렇게 정해진거라면, 그렇게 따라야지 라고 무의식 중에 단정짓고 있는 일들이 많았나보다. 꼭 한국인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개인 성격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본다. 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어쨌든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부정적인 말들은 힘이 넘친다 지난 내 유학기들을 쭉 다시 읽다보니, 문득 대학 입학시절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갓 상경해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서 혼자 살게 되었는데, 그 때 별별 도시괴담을 다 들었던 생각이 난다.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S양이 1학기를 채 못 마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왔다더라, 서울 애들은 깍쟁이 들이라 서울 가면 쉽게 친구도 못사귄다더라, 방세가 너무 비싸서 자식 대학 보내고 집안에 빚만 잔뜩 늘었다더라(이건 팩트구나)등등. 서울살이는 그렇게도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10년 전 핏덩이 시절의 내가 온갖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을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훤한 일일 테다. 유학을 준비하는 내내 불안에 시달렸던 작년 내 모습이 10년 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을 놓고도 여러 괴담들을 참 많이 들었었다. 외국생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내가 결심하니 온 우주가 가라고 등떠밀었다 마음먹기의 차이 인걸까. 유학을 결심한 지 하루 만에 유학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고, 어학원 등록 절차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어학원 등록이 완료되었고, 이주일 후 비자 서류가 통과되었다. 언어교환 어플을 통해 알게 된 프랑스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성의껏 불어 면접을 도와줬다. 가벼운 마음으로 항공권 스케줄을 알아보다가 보너스좌석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로써 출국일자까지 정해졌다. 모든 절차들이 너무 손쉽게, 또 운 좋게 잘 풀려나갔다. 이래도 되나 걱정될 만큼. 마치 온 우주가 나서서 가라고 등 떠미는 느낌이었다. 유학을 고민하던 시절과 유학을 준비하는 지금, 그 사이에 내가 한 거라곤 유학을 결심한 일뿐이었다. 결심하기 전에도 나는 매일같이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