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뿌부부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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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와서 배운 점 중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수식어이지만, 내 표현력 안에서 이만한 수식어보다 더 심플하게 설명되는 단어가 없어서 그냥 쓰기로 한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원하는 게 있으면 일단 말이라도 해보라 정도로 풀어쓸 수 있겠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낯설었다. 원래 그렇게 정해진거라면, 그렇게 따라야지 라고 무의식 중에 단정짓고 있는 일들이 많았나보다.

 

꼭 한국인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개인 성격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본다. 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어쨌든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끙끙대면서도 막상 적극적으로 판을 바꿔보려는 시도는 잘 안했다.

 

그런데 여기서 부족한 언어 실력으로 학교수업을 따라가다보니 이래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경종(?)이 수차례 울렸다. 그래서 일단 교수들한테 메일을 뿌렸다. 영어로 시험보게 해달라고. 프랑스인 학생이 영어로 시험본다고 거절할 대학원 교수가 있을까? 그럼 교수하지 말아야지(?)하는 다소간 거만한 마음으로(없는 배짱을 끌어모으려고 한 가정이다).

 

결과적으로 두 명의 교수에게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고, 한 교수는 내 불어실력을 늘려야하니 불어로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거절했다. 거절한 교수는 내 지도교수이기 때문에 선의를 갖고 한 제안이라고 본다. 

 

 

마음 속으로 원하던 것을 입 밖으로 꺼내기만 했을 뿐인데,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졌다. 이거 참 엄청난 일이다.

 

프랑스 이민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말이 있다. 프랑스에서 살려면 불평과 파업을 잘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같은 과 학생들도 교수에게 자주 불만사항을 털어놓는다. 이를테면, 자기가 학부 때 사회학 전공이 아니었는데 사회학을 몇 년째 전공해 온 학생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 게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자기 시간이 부족하다며 과제 분량을 줄여달라 요구하기도 한다. 내 시각에서는 이런 것까지 요구를 해도 되는건가 싶을 때가 많지만, 교수들은 대체적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의견을 수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한다.

 

30년 가까이 익혀 온 내 태도가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입 닫고 가만히 있으면 될 일도 안되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지내려고 한다.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일단 물어라도 보자. 되면 더 없이 좋고 안되더라도 이전보다 상황이 나빠질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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