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기에 앞서 나도 모르게 부모님, 동생, 친구, 친척들, 상사 등등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내 선택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괴롭힌 사람은 동생이었다. 동생한테 ‘나 가도 될까?’ 하고 수백 번 넘게 물어봤다. 양치 하다가 갑자기, 물 마시다가 갑자기, TV 보다가 갑자기. 하루 종일 숨쉬듯이 동생한테 물어봤다. 동생은 늘 그렇듯 미쳤냐고 했다.
실은 아무 의미 없었다. 동생이 가라고 해서 갈 것도 아니고, 동생이 가지 말라고 해서 안 갈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듣고 싶었다. 가도 된다는 말이. 무의미한 대답이라도 듣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으니까.
남들의 동의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니. 이건 또 뭔가. 유학 준비하면서 또다른 내 모습을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브런치에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사고하면서 살자고 나불나불 떠들어놨으면서, 정작 나는 전혀 그렇게 살지 않고 있었다. 유학을 결정하고 나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 잡히면 내 일신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상대가 내 결정에 대해 납득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남들이 반대하는 게 당연한 거고, 지지해주면 특이하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내 결정에 대한 반대가 나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두려워했다. 진짜 자존감이 두터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대한 부정과 자신에 대한 부정을 분리하여 받아들일 줄 안다던데. 난 아직 그런 경지는 아닌가 보다.
누군가가 나를 지지해주길 바랬다. 내 결정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희망찬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길 바랬다. 그래야 나도 용기가 날 것 같았다. 나 자신조차 내가 잘하고 있는 지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남의 입을 통해서라도 확신을 얻고 싶어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지지해주면 으쓱했고, 반대로 누군가가 내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면 그게 그렇게도 괴로웠다.
여전히 나는 누군가의 반대에 부딪힐까 봐 노심초사해 한다. 확신을 갖고 ‘나는 가서 이런 것을 할거고 이런 결과를 얻을 거고, 만일을 대비한 내 백업플랜은 이런 거야’ 라고 멋지게 응수할 만큼 충분한 계획과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렇게 앞날을 바꾸며 여러번 우왕좌왕 하다 보니, 나름대로 깨달은 게 있다. 나를 지지할 사람은 어떤 선택이든 나를 지지해주고, 반대할 사람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반대하더라는 것.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 안에도 그런 존재들이 있는 것 같다. 내 선택을 항상 지지해주는 자아와, 쌍수 들고 반대하는 자아.
날을 세워 다른 목소리를 내는 두 입장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건, 어느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 선택하는 건 아직까지 내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에서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잘 없다는 것도 알고, 사람들의 생각도 늘 내 생각과 같지 않으니 조금은 내가 마음 주고 싶은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걸로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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