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비자 면접을 보고 기분이 나빴다

뿌부부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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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생비자를 취득하려면 프랑스 문화원에서 면접을 봐야 한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괴소문(?)에 따르면 면접관 운이 매우 중요한데, 친절한 면접관부터 인신공격을 일삼는 면접관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프랑스 유학 커뮤니티에서는 악명 높은 면접관이 있는 방을 공포의 3번 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는 면접 전까지 그런 분위기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면접실에 들어갔다가 문자 그대로 기분 나쁜 상태로 나왔다.

 

친구의 따끔한 조언(유학을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 편 참고)이후로,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있는데 바로 내 자신이 기분 나빠하고 있을 때다.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나중에라도 감정을 걷어내고 상황을 찬찬히 되짚어보려고 한다. 

 

내 기분이 나쁘다는 건, 내가 지금 뭔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는 신호다. 주로 그 신호는 평소에 애써 무시하고 있던 마음의 소리와 직결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반드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면접관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격적이지도 않았다. 면접관으로서 당연히 할 만한 질문들을 했고, 그에 따른 여러 사례들을 이야기 해줬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건 하나의 신호였다. 지금 내가 불편한 마음의 문제를 갖고 있다는 신호.

 

면접관은 불어를 하지 못하는 내가 석사수준의 공부까지 노리고 있다는 데에 의심을 표했다. 입학에 필요한 수준의 불어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더라도, 가서 수업을 듣는 건 또 다른 영역이라고 했다. 본인 하기 나름이겠지만 결코 생각하는 것처럼 단시간에 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나도 잘 아는 사실들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던 거다. 내가 걱정하던 바를 정곡으로 찔려서 말이다.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원인을 알고 나니, 해결방법이 보였다. 불어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 오기도 좀 생겼다. 곱씹어보니 평균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말은 별 의미가 없었다. 누구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기본 능력치를 갖고, 얼마나 집중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등등 무수한 변수가 있는데, 평균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겁먹고 포기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고 나니, 면접관이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분 나빠할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라, 내가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었던가. 그럴 리가 없는데.  

 

무엇이든 뜻하는 일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사람을 달리 만드는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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