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무모하게 가는 건 나도 싫어

뿌부부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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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무모하게 가는 건 싫었다. 그건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었다. 다녀와서 정확하게 어디서 뭘 할 건지 세세한 수준까지 계획을 세울 순 없었지만(그럴려고 하다가 4년을 못 갔다) 왜 가고 싶은지 가서 어떤 것을 공부하고 어떤 것을 얻으려고 하는지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지 정도는 계획이 있어야 했다.

 

나는 그간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했고, 앞으로도 이와 맞닿아 있는 일에 뜻이 있기 때문에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이 분야에서 영어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불어를 배워놓고도 싶었다.  

 

나도 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계획이라는 거. 그래도 큰 줄기를 세운 것만으로도 예전에 비해 마음이 든든했다. 더 이상 주저 말고 일단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하다 보면 방법을 찾게 된다는 걸 배운 후로 겁도 덜 났다. 

 

유학에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재정문제였다.

 

그 동안 객기를 부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는 건 죽어도 싫었다. 장녀라 그런 지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었는데, 자리 잡고 돈 벌어서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 할 시기에 돈 쓰러 떠난다는 사실에 부채감이 있었다. 그래서 도움은 못 되더라도 최소 손해 끼치지는 말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 나도 내 결정에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부모님 은퇴자금을 털어서 유학 가는 거지만 나는 당당해. 라는 건 매우 이상하게 들렸다. 그래서 가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기초자금을 마련했다.  

 

실은 돈은 모으면 모을수록 충분하지 않았다. 충분히 모을 때까지 기다린다면 절대 떠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나보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돈 300만원 들고 유학 떠난 사람도 있었고, 한달 치 생활비만 들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퇴직금 천 만원 들고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난 태생이 걱정몬이라 그들만큼 할 순 없었지만, 충분치 않은 자금 때문에 어느 정도 현지 가서 부딪힐 각오를 했다. 각오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전편에서도 이야기했듯, 완벽한 준비란 떠나지 않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니.  

 

줄기를 먼저 잡되, 가지는 차차 키워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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