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반 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기 시작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는데, 그 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 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큰 좌절을 느꼈다. 오티 내내 담당교수가 하는 말을 거의 못 알아들어서 중요한 정보도 많이 놓쳤었다.
이래서 학교를 어떻게 다니지. 준비가 안된 일을 억지로 하려다 보니 탈이 난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첫 수업 전 날은 걱정과 긴장에 밤을 꼬박 세웠다. 학교를 다닌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첫 수업 날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수업의 절반도 못따라가고, 주제를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과제를 해간 적도 있으며, 같은 과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한계를 느낀다. 과제 한 페이지를 쓰는 데 5시간 이상 걸리고, 자료 읽는 데만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은 갑자기 교수가 질적연구 인터뷰를 시키는 바람에, 30분 동안 진땀을 뻘뻘 흘리며 버벅거리다가 결국 수업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린 날도 있었다. 수업 내내 눈물이 나려는 걸 참느라 혼났다.
영어로 학위를 하는 사람들도 언어 때문에 괴로워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불어보다는 영어가 더 친숙한 사람이니 영어로 학위를 했으면 상황이 좀 더 나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종종 해본다. 그나마 일년 간 현지에서 어학을 하고 현지의 행정시스템이라든지 하다 못해 교통편이라도 익숙해져 있어서 이 정도 패닉에 그쳤다 생각한다. 어학도 한국에서 하다가 처음으로 프랑스로 온 학생들이라면 나보다 훨씬 힘든 첫 학기를 보냈을 테다.
다들 이런 시기를 거쳤다고 한다. 어렵고 못 알아 듣는 게 당연한 거라고. 먼저 유학을 한 친구들이 그렇게 위로해준다. 같은 학과 프랑스인 동기들도 수업 따라가기 어렵지 않느냐, 모국어로 수업 받아도 어려운데 외국어로 하려니 정말 힘들겠다며 늘상 격려해준다. 짧은 말들이지만 그게 너무 큰 힘이 된다.
어떻게든 억지로 억지로 따라가려고 계속 애쓰고 있다. 누가 그랬다. 잘하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꾸역꾸역 하는거라고. 어떻게든 꾸역꾸역 하다보면 어느 순간 조금은 편해지는 시간이 온다고. 역시 유학도 존버가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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