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

뿌부부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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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이나 이민처럼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 기회비용을 따져보는 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나의 경우, 유학으로 인해 치뤄야 했던 명목적 기회비용은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받았을 월급과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쓰지 않았을 저축액 그리고 재테크를 통해 불린 액수 등을 더한 금액이 될 것이다.

 

암묵적인 기회비용은 더 많다. 가족들을 가까이서 챙기며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 친구와의 유대, 회사를 통해 쌓았을 경험과 경력 그리고 월급으로부터 오는 안정감 등등.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어떻게 지레 기회비용을 계산할 수 있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하루 날잡고 인터넷만 뒤져봐도 이미 비슷한 선례를 겪은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가이드라인들을 반드시 똑같은 경중을 두고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각각의 항목에 어떤 가중치를 둘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다.

 

유학이나 이민, 해외취업 등 해외로 나가는 일은 경제적 상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돈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는 제외하고, 암묵적 기회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유학생활 동안 모아둔 돈이 떨어지고 생각하던 일자리가 잘 안구해져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포기하고 온 기회비용들이 종종 생각나곤 했다. 한국에 있었으면 지금쯤 어느 정도의 직급에서 일을 하고 있었겠구나, 착실하게 돈을 모아서 재테크를 하고 있었겠지. 줄어들어 가는 통장 잔고만큼 생각도 마음도 점점 줄어들었다.

 

병든 닭처럼 있기 싫어서 산책을 나갔다.

좋은 날 햇볕을 쬐며 걷다보니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이 곳에 있는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생활을 정말 하고 싶어했던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유학에 대한 미련을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뒀다가 언제든 다시 꺼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나는, 아마 30대를 넘고 40대를 넘어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연차가 쌓이고 생활에 안정이 스며들 때 도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 때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크겠지. 그러니 나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최소한의 기회비용을 치루고 여기에 온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전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내 상황에 대한 기준을 '나 자신'에게 두고 바라볼 수 있었다.

 

 

상투적인 말은 모두 진실이듯,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다.

 

 

시중의 자기계발서, 강연에서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겠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자기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향성, 콤플렉스, 추구하는 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쓰였던 것들,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남들 앞에 꺼내본 적 없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대하는 태도까지(그 모든 것을 뭉뚱 그린 게 가치관이라 생각한다) 샅샅이 들춰봐야 한다.

 

나 역시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한 채로 유학생활에 뛰어들어, 어지간히도 마음에 풍파가 많이 일었다. 어느정도로 내가 나에 대해서 몰랐냐면, 새로이 처한 상황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 지 스스로도 가늠하지 못해 패닉에 빠지는 정도였다. 그래서 앞으로 유학이나 이민처럼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꼭 본인에 대해 많이 연구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게 어쩌면 화폐로 환산되는 기회비용보다 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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