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 이유

뿌부부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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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대학원 지원과정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프랑스에 온 지도 어느덧 7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대학원 갈 정도로 불어가 늘었는가 하고 묻는다면, 와,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해야 1년 만에 자연스러울 정도로 외국어가 느는 거죠 하고 되묻고 싶다. 정말 어렵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생각만큼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언어뿐만 아니다. 모아 온 돈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 대학을 들어가도 어떻게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할 따름이다. 뭐, 이런 고민들은 둘째치고 일단 합격을 할지 못할 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상황이 저절로 나아질 리는 없으니, 점점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면 살수록 더 버겁고 어려운 문제들에 마주하게 될 거라는 직감 아닌 직감이 든다. 지금이야 천운으로 부모님도 건강하시고, 내 형제들도 건강하고, 미혼이라 책임질 가정도 없으니 내 몸뚱이 하나만 잘 챙긴다면 엎어져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천운이 내 옆에 꼭 붙어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부모님은 점점 더 약해질 것이고, 내가 책임질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내 능력 밖의 일들이 더 많이 벌어질 것이고, 내가 도망갈 곳은 점점 더 사라질 것이다.

상투적인 표현으로, 삶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질 것이란 말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행복해야겠다.
이렇게 좋은 조건에서도 행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행복할 줄 모를 거다.

삶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질 일만 남았는데, 삶이 더 나아질 때까지 내 행복을 미뤄둔다는 건 평생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토록 꿈꿔왔던 해외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 건, 학교를 합격해야지만 행복할 거라는 조건을 달아놨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적응하는 내내 행복하지 않았다. 새롭게 부딪히는 일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상황들. 그 모든 게 신기하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았다. 마냥 짜증만 났다. 와서 해결해야 할 일들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 같았고, 학교에 합격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처럼 보였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하더니. 나는 계속해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한국에 불만이 많아서 나가는 사람은 어느 나라를 가든 불만에 찬 사람일 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이다. 나처럼 늘 행복에 조건을 다는 사람이라면, 한국이든 외국이든 행복할 줄 모를 확률이 높다. 반대로 현재에 충실할 줄 아는 사람이라 불안정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한국의 정서가 안 맞는 사람이라면, 정서가 다른 나라를 가서 행복할 수도 있다.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데, 현재에서조차 행복할 줄 모른다면 미래라고 크게 다를까.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당장 행복을 연습하고 체득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팍팍해지든 말든 계속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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