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42 서른이 넘으면 인생에 책임을 져야한다 언젠가 서른이 넘어서부터는 자기가 지금처럼 살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간에 숨은 뜻이 얼마나 많던지, 아직까지도 나는 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고민 중이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에 보면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나이 서른이 넘어서까지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원망, 애정 결핍을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야한다고. 임경선 작가의 시선에서 보면, 서른 넘어 인생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마음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불운한 가족사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고 균형잡힌 사람이 되는 것. 서른 넘어서는 그런 시도를 해야한다는 거다. 또 다른 뜻도 있다. 많..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유학생의 외로운 연말연시 나는 12월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구장창 캐롤을 틀어놓고 신나할 정도로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분위기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의 훈훈한 분위기도 너무 좋고, 한 해가 무사히 끝나간다는 것도 너무 즐겁다. 새해가 주는 깔끔한 느낌도 좋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북적북적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올해는 참 아쉽다. 혼자서라도 이곳저곳 구경 다니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는데, 프랑스 전역이 장기간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꼼짝없이 기숙사에서만 지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가나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학기가 끝났으니 아예 짐을 빼거나 한다. 그래서 늘 시끄러웠던 기숙사 공용공간도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다. 본격 외로움의 시간이다. 공식적인 학기는 끝났지만, 남은 과제들이 아직 많아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논문 지도교수 부탁하기 학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석사 1년차, 2년차 모두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입학 전 자기 연구분야의 교수와 논의 한 후 입학허가를 받는 경우도 있고, 입학 후 학과 교수에게 연락하여 논문지도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교는 후자였는데, 첫 수업날부터 프로그램 책임교수가 각자 생각 중인 논문 주제에 대해 말해보라고 시켰다. 엄청 당황했다. 입학 전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획에 불과한거라 실제로 8개월도 안되는 짧은 시간 내에 연구가 가능한 주제는 아니었다. 교육시스템이 다르기도 하려니와, 기존에 논문을 써본 적이 없는 나는 '논문'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다. 그런데 논문 주제를 정하라니. 걷지도 못하는 애한테 장대멀리뛰기를 하라는 것..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좋아하는 일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뭔가를 꾸준히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첫 브런치 글을 썼던 때가 2016년 7월이니, 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3년하고도 6개월이 가까워진다. 작가에 큰 꿈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나 글 써요 하면서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며 그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해나가는 게 나한텐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글감이 생각나면 써야지 하면서 메모장에 적어두고, 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게끔 글을 쓰고 싶어서 한참을 쓰고 지운 적도 많다. 쓰면서 내 생각도 정리되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간간히 달리는 댓글들이 너무 고맙고 신이 났다.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해 온 글쓰기이지만, 실은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굉장히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깨닫게 된 게 더 크다. 나는 글 쓰는 것을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프랑스에서 와서 배운 점 중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수식어이지만, 내 표현력 안에서 이만한 수식어보다 더 심플하게 설명되는 단어가 없어서 그냥 쓰기로 한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원하는 게 있으면 일단 말이라도 해보라 정도로 풀어쓸 수 있겠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낯설었다. 원래 그렇게 정해진거라면, 그렇게 따라야지 라고 무의식 중에 단정짓고 있는 일들이 많았나보다. 꼭 한국인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개인 성격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본다. 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어쨌든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대학원 첫 학기에 들어가며 9월 중반 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기 시작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는데, 그 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 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큰 좌절을 느꼈다. 오티 내내 담당교수가 하는 말을 거의 못 알아들어서 중요한 정보도 많이 놓쳤었다. 이래서 학교를 어떻게 다니지. 준비가 안된 일을 억지로 하려다 보니 탈이 난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첫 수업 전 날은 걱정과 긴장에 밤을 꼬박 세웠다. 학교를 다닌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첫 수업 날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수업의 절반도 못따라가고, 주제를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과제를 해간 적도 있으며, 같은 과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한계를 느낀다. 과제 한 페이지를 쓰는 데 5시간 이상 걸리고, 자료 읽는 데만도 한참의 시간이 필..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23. 워홀 고민중이라는 친구와의 통화 오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올해 서른살로, 얼마 전 원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을 하여 새로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도중에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 요새는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몇 년 동안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었는데, 한번쯤 스페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거였다. "이대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난 이제 스페인에서 살아 볼 기회가 없지 않을까?" 있다 하더라도, 그건 더 이상 혼자만의 일이 아니겠지. 친구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서 한참을 우물쭈물거렸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이제야 자리잡기 시작한 직장을 뒤로 하고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다는 친구에게 딱 일년 전 내 모습이 겹쳐졌다. 그 시절 내 다짐이 주변인들에게 이렇게 느껴졌겠구나 싶었다.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23.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 유학이나 이민처럼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 기회비용을 따져보는 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나의 경우, 유학으로 인해 치뤄야 했던 명목적 기회비용은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받았을 월급과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쓰지 않았을 저축액 그리고 재테크를 통해 불린 액수 등을 더한 금액이 될 것이다. 암묵적인 기회비용은 더 많다. 가족들을 가까이서 챙기며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 친구와의 유대, 회사를 통해 쌓았을 경험과 경력 그리고 월급으로부터 오는 안정감 등등.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어떻게 지레 기회비용을 계산할 수 있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하루 날잡고 인터넷만 뒤져봐도 이미 비슷한 선례를 겪은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가이드라인들을 반드시 똑같은 경중을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23. 남 눈치보지 않고 살기 나는 그래도 남 눈치를 덜 보면서 결국에는 하고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잘 모르겠다. 돈이 당장 급해서 일을 구해야 하는데도 마음 속으로는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계속 구직에 있어서도 망설이기도 하고, 내가 특히 외국인이라 부족한 언어실력 때문에 모자른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계속 했던 것 같다.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모토인데, 그게 너무 두루뭉술해서 어떤게 멋진 사람인지 내 두뇌가 가늠을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정정한다. 소신껏 사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요새는 죄책감도 많이 든다. 이 좋은 시간들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버리다니. 아까울 따름이다. 항상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중요한 것들, 이를테면 건강, 가..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23. 비혼주의에 대해 일찍 외국살이를 시작한 친구들이 한국에 잠깐 들어올 때면 꼭 시간을 내서 술 한잔씩 하곤 했다. 동경 때문이었는지 궁금한 것도 많았었고, 그들의 변한 생각도 이것저것 듣고 싶었었다.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를 때쯤이면 빠지지 않고 연애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까지 이어지곤 했다. 신기하게 결혼 주제만 나오면 유학 나간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요새 한국 친구들 만나면 왜 이렇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지 이해가 잘 안돼" 나 또한 그 요새 한국 친구들 중 한 명이었던 터라 그런 말을 들으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한숨부터 나왔다. 넌 외국에서 사니까 요즘 한국 돌아가는 꼴을 모르지, 현실적으로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지, 다 갖춰놓고 시작하는 건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고마운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요새는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도, 문득 내 생각이 나 연락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먼 타지에서 큰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도. 다 감사하다. 실은 내게 감사한 일은 한국에 있을 때 더 많았다. 다행스럽게 한국사람으로 태어나 누리던 많은 서비스들, 한국사람들의 높은 시민 의식, 모국어의 유창함, 내 사람들이 언제든 손 닿는 곳에 있다는 사실. 24시간 어디서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익숙할 때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고마움들이 멀리 떠나오니 참 그립고 고맙다. 한국에서 지냈을 때는 그저 지금의 삶이 불행하고, 고마울 일이 전혀 없으며, 전세계를 무대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마냥 부러웠다. 한국은 좁고 답답하고, 나는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며, 그래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부정적인 말들은 힘이 넘친다 지난 내 유학기들을 쭉 다시 읽다보니, 문득 대학 입학시절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갓 상경해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서 혼자 살게 되었는데, 그 때 별별 도시괴담을 다 들었던 생각이 난다.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S양이 1학기를 채 못 마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왔다더라, 서울 애들은 깍쟁이 들이라 서울 가면 쉽게 친구도 못사귄다더라, 방세가 너무 비싸서 자식 대학 보내고 집안에 빚만 잔뜩 늘었다더라(이건 팩트구나)등등. 서울살이는 그렇게도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10년 전 핏덩이 시절의 내가 온갖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을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훤한 일일 테다. 유학을 준비하는 내내 불안에 시달렸던 작년 내 모습이 10년 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을 놓고도 여러 괴담들을 참 많이 들었었다. 외국생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