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65 논문도, 일단 시작하고 보기 프랑스 대학들은 석사로 입학하면 2년코스로 한번에 입학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석사 1년차(M1)와 석사 2년차(M2) 입학을 별도로 진행한다. 따라서 석사 1년차에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논문심사에 통과하지 못하면 석사 2년차에 입학하지 못한다. 또한 A학교에서 석사 1년차를 졸업했지만, 석사 2년차는 B학교에서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시스템 때문에 석사 1년차부터 졸업논문을 진행해야 한다. 9월 입학해서 이듬해 6월 초까지 논문을 제출해야하니 사실상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 100페이지 가량의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논문을 써 본 연구자들이라면 아마 이 같은 논문일정이 연구내용의 깊이보다는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평가하기 위한 과정임을 단번에 파악했을 지도 모르겠다. 연구주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내향인의 외국어 학습기, 영어와 불어 동시에 하기 외국에 살거나, 외국학교에 다니면 언어가 늘까? 학부시절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신 교수님이 영어를 너무 더듬거리면서 하시길래 마음속으로 뭐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다. 일 년 간 캐나다 워홀을 다녀왔다는 선배가 영어로 수업받는 걸 어려워하길래 일 년 간 영어권에 살다왔는데 왜 그러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오늘로 프랑스에 온 지 딱 1년 하고도 6개월이 된다. 그런 망언을 지껄였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딱콩을 아주 세게 때려주고 싶다. 일 년 하고도 반년이 돼가는 데 나의 언어 실력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부끄럽지만 단언할 수 있다(?). 그래, 그렇다면 나름 다국적 학생들과 어울려 지내는 데 영어는 늘었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미안하지만 오산이다(?). 오히려 영어랑 불어랑 한국어.. 프로젝트/공부는 평생하는거다 2023. 3. 2. 끈기를 기르는 방법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싫어하는 일도 참고 할 줄 알아야 한다. 책에서, SNS에서, 친구 입을 통해 여기저기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좋아하는 일조차 꾸준히 할 줄 모르는 나에게는 어지간히 입에 쓴 말이기도 하다. 싫어하는 일을 참고 할 줄 알게 되면, 좋아하는 일은 더 꾸준히 잘하게 되지 않을까? 일단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에선 실패(...)했으니, 순서를 바꿔서 싫어하는 일을 먼저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내가 단연 싫어하는 일 중 하나는 달리기다. 수영, 요가, 합기도, 특공무술 등 별별 운동을 다 해봤지만 조깅만큼은 절대 하고싶지 않은 운동 중 하나였다. 그래서 3km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뛰기로 결심했다. 첫째 날, 의지를 아득바득 다진 날이라서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힘들지 않았다. 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돈도, 배경도, 운을 이기지는 못한다 남자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는 늘 운이 좋았다. 본인도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학부시절 학교에서 제공하는 특수한 복수학위과정에 합격해서 운 좋게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게 되었다. 또 그는 운 좋게 아이비리그 스펙으로도 합격하기 힘들다는 장학금을 받아 남들은 빚져가며 하는 유학에서 오히려 몇 천 가까운 돈을 모으며 경제적 채비를 하고 있다. 요새 그는 하던 실험에서 우연찮게 전례 없는 발견을 하게 되어 좋은 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이런 굵직굵직한 일뿐만이 아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그는 늘 운이 좋다. 운 좋게 저렴한 값에 더 큰 방을 구하게 되기도 하고, 운 좋게 중고제품을 후한 값으로 처분하기도 하며, 운 좋게 소규모 학회에서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서른이 넘으면 인생에 책임을 져야한다 언젠가 서른이 넘어서부터는 자기가 지금처럼 살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간에 숨은 뜻이 얼마나 많던지, 아직까지도 나는 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고민 중이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에 보면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나이 서른이 넘어서까지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원망, 애정 결핍을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야한다고. 임경선 작가의 시선에서 보면, 서른 넘어 인생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은 마음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불운한 가족사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고 균형잡힌 사람이 되는 것. 서른 넘어서는 그런 시도를 해야한다는 거다. 또 다른 뜻도 있다. 많..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유학생의 외로운 연말연시 나는 12월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구장창 캐롤을 틀어놓고 신나할 정도로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분위기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의 훈훈한 분위기도 너무 좋고, 한 해가 무사히 끝나간다는 것도 너무 즐겁다. 새해가 주는 깔끔한 느낌도 좋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북적북적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올해는 참 아쉽다. 혼자서라도 이곳저곳 구경 다니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는데, 프랑스 전역이 장기간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꼼짝없이 기숙사에서만 지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가나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학기가 끝났으니 아예 짐을 빼거나 한다. 그래서 늘 시끄러웠던 기숙사 공용공간도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다. 본격 외로움의 시간이다. 공식적인 학기는 끝났지만, 남은 과제들이 아직 많아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논문 지도교수 부탁하기 학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석사 1년차, 2년차 모두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입학 전 자기 연구분야의 교수와 논의 한 후 입학허가를 받는 경우도 있고, 입학 후 학과 교수에게 연락하여 논문지도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교는 후자였는데, 첫 수업날부터 프로그램 책임교수가 각자 생각 중인 논문 주제에 대해 말해보라고 시켰다. 엄청 당황했다. 입학 전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획에 불과한거라 실제로 8개월도 안되는 짧은 시간 내에 연구가 가능한 주제는 아니었다. 교육시스템이 다르기도 하려니와, 기존에 논문을 써본 적이 없는 나는 '논문'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다. 그런데 논문 주제를 정하라니. 걷지도 못하는 애한테 장대멀리뛰기를 하라는 것..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좋아하는 일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뭔가를 꾸준히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첫 브런치 글을 썼던 때가 2016년 7월이니, 이를 시작한 지도 벌써 3년하고도 6개월이 가까워진다. 작가에 큰 꿈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나 글 써요 하면서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며 그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해나가는 게 나한텐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글감이 생각나면 써야지 하면서 메모장에 적어두고, 나름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게끔 글을 쓰고 싶어서 한참을 쓰고 지운 적도 많다. 쓰면서 내 생각도 정리되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간간히 달리는 댓글들이 너무 고맙고 신이 났다.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해 온 글쓰기이지만, 실은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굉장히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깨닫게 된 게 더 크다. 나는 글 쓰는 것을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프랑스에서 와서 배운 점 중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수식어이지만, 내 표현력 안에서 이만한 수식어보다 더 심플하게 설명되는 단어가 없어서 그냥 쓰기로 한다.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원하는 게 있으면 일단 말이라도 해보라 정도로 풀어쓸 수 있겠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낯설었다. 원래 그렇게 정해진거라면, 그렇게 따라야지 라고 무의식 중에 단정짓고 있는 일들이 많았나보다. 꼭 한국인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개인 성격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본다. 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어쨌든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있어서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3. 2. 대학원 첫 학기에 들어가며 9월 중반 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기 시작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는데, 그 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 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큰 좌절을 느꼈다. 오티 내내 담당교수가 하는 말을 거의 못 알아들어서 중요한 정보도 많이 놓쳤었다. 이래서 학교를 어떻게 다니지. 준비가 안된 일을 억지로 하려다 보니 탈이 난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첫 수업 전 날은 걱정과 긴장에 밤을 꼬박 세웠다. 학교를 다닌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첫 수업 날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수업의 절반도 못따라가고, 주제를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과제를 해간 적도 있으며, 같은 과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한계를 느낀다. 과제 한 페이지를 쓰는 데 5시간 이상 걸리고, 자료 읽는 데만도 한참의 시간이 필..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23. 워홀 고민중이라는 친구와의 통화 오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올해 서른살로, 얼마 전 원래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을 하여 새로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도중에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 요새는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몇 년 동안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었는데, 한번쯤 스페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거였다. "이대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난 이제 스페인에서 살아 볼 기회가 없지 않을까?" 있다 하더라도, 그건 더 이상 혼자만의 일이 아니겠지. 친구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서 한참을 우물쭈물거렸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이제야 자리잡기 시작한 직장을 뒤로 하고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다는 친구에게 딱 일년 전 내 모습이 겹쳐졌다. 그 시절 내 다짐이 주변인들에게 이렇게 느껴졌겠구나 싶었다.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23.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 유학이나 이민처럼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 기회비용을 따져보는 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나의 경우, 유학으로 인해 치뤄야 했던 명목적 기회비용은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받았을 월급과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쓰지 않았을 저축액 그리고 재테크를 통해 불린 액수 등을 더한 금액이 될 것이다. 암묵적인 기회비용은 더 많다. 가족들을 가까이서 챙기며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 친구와의 유대, 회사를 통해 쌓았을 경험과 경력 그리고 월급으로부터 오는 안정감 등등.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어떻게 지레 기회비용을 계산할 수 있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하루 날잡고 인터넷만 뒤져봐도 이미 비슷한 선례를 겪은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가이드라인들을 반드시 똑같은 경중을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23.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