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01 고마운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요새는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도, 문득 내 생각이 나 연락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먼 타지에서 큰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도. 다 감사하다. 실은 내게 감사한 일은 한국에 있을 때 더 많았다. 다행스럽게 한국사람으로 태어나 누리던 많은 서비스들, 한국사람들의 높은 시민 의식, 모국어의 유창함, 내 사람들이 언제든 손 닿는 곳에 있다는 사실. 24시간 어디서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익숙할 때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고마움들이 멀리 떠나오니 참 그립고 고맙다. 한국에서 지냈을 때는 그저 지금의 삶이 불행하고, 고마울 일이 전혀 없으며, 전세계를 무대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마냥 부러웠다. 한국은 좁고 답답하고, 나는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며, 그래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부정적인 말들은 힘이 넘친다 지난 내 유학기들을 쭉 다시 읽다보니, 문득 대학 입학시절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갓 상경해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서 혼자 살게 되었는데, 그 때 별별 도시괴담을 다 들었던 생각이 난다.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S양이 1학기를 채 못 마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왔다더라, 서울 애들은 깍쟁이 들이라 서울 가면 쉽게 친구도 못사귄다더라, 방세가 너무 비싸서 자식 대학 보내고 집안에 빚만 잔뜩 늘었다더라(이건 팩트구나)등등. 서울살이는 그렇게도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10년 전 핏덩이 시절의 내가 온갖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을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훤한 일일 테다. 유학을 준비하는 내내 불안에 시달렸던 작년 내 모습이 10년 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을 놓고도 여러 괴담들을 참 많이 들었었다. 외국생활..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삶의 균형에 관한 이야기 한동안 글을 쓰질 못했다. 프랑스 도착 후 지금까지 줄곧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기초적인 것조차 혼자 힘으로 해결이 안 되니 뭘 다른 걸 할 생각조차 못한 것 같다. 어떻게든 말을 배우고 사는 법을 익히는 게 먼저였으니까. 그렇다고 또 마냥 괴롭고 힘든 시간의 연속은 아니었다. 프랑스인들의 삶의 방식이라던지, 여러 사연을 안고 프랑스에 온 한국인들의 이야기라던지 흥미로운 것들도 많았다. 여행과 사는 것은 굉장히 다른 터라,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았던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사뭇 다른 감정들이 많이 느껴졌다. 이 곳에 살면서 자유로움보다는 자연스러움을 많이 느꼈다. 한국에서의 나는 집-학교 또는 집-회사, 그리고 간혹 변주로 집-카페를 오가는 게 전부인 사람이었는데 역시나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하는 이유 4월이면, 대학원 지원과정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프랑스에 온 지도 어느덧 7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대학원 갈 정도로 불어가 늘었는가 하고 묻는다면, 와,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해야 1년 만에 자연스러울 정도로 외국어가 느는 거죠 하고 되묻고 싶다. 정말 어렵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생각만큼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언어뿐만 아니다. 모아 온 돈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 대학을 들어가도 어떻게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할 따름이다. 뭐, 이런 고민들은 둘째치고 일단 합격을 할지 못할 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상황이 저절로 나아질 리는 없으니, 점점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면 살수록 더 버겁고 어려운 문제들에 마주하게 될 거라는 직감 아닌..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8. 극복이 실로 어려운 것들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 언어를 못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겹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없고 늘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어쩌다 혼자 일 처리를 하게 되면 부족한 언어실력 때문에 면박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상대가 날 배려해 천천히 이야기해준다고 해도 못 알아 듣는 경우가 태반이다. 면박 당하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경우는 후자다. 내 부족함에 대한 확인사살 같은 거랄까. 머리 속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둥둥 떠다니는 데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몇 개 없다. 하루는 벙어리가 된 기분이고, 하루는 귀머거리가 된 기분이다.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실은 이런 언어문제보다 더 극복이 어려..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이럴거면 뭐하러 외국에 나왔을까 프랑스에 온 지 한 달이 넘었다. 내 사고의 틀은 한국에서 가졌던 그 상태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다. 변함없이 주변과 나를 비교하며 나를 깎아 내린다. 이역만리 먼 타국에서조차. 대단한 꾸준함이다. 밥벌이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나를 괴롭게 한다. 문득문득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이럴거면 뭐하러 외국에 나왔을까. 환경만 달라졌지, 나는 사고가 넓어지고 유연해지기는커녕 더욱 바보가 돼 가고 있는 것만 같다. 프랑스 시스템은 한국과 매우 달라서 한국이라면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일도 프랑스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 때문인지 종종 맨홀에 빠진 기분이 든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이 들이닥치니 마음이..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좀 늦으면 어때 출국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에서도 마음은 여전히 휘청거린다. 어느 날은 잘한 일이라 싶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이런 일을 벌였나 싶기도 하다. 또래의 동기들, 선후배들을 만날 때면 마음은 더 없이 아래로 곤두박질 친다. 동갑내기이지만 벌써 입사 5년차에 대리를 단 친구도 있고, 계속해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며 승승장구하는 친구도 있다. 그간 번 돈으로 내년에는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준비 중이라는 친구도 있고, 청약을 들어 집을 준비하고 차를 산 친구도 있다. 그들이 지금 누리는 것들은 거저 얻은 게 아니고, 그간 더럽고 아니꼬운 일에도 참고 인내해 온 결과이자 버젓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한 결실이라 생각한다.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뛰쳐나온 내가 또래들이 얻은..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부모님과의 대면 그 후 “회사 일이라는 게 쉽지 않지?” 고향 집으로 내려오는 차 안, 아빠가 먼저 운을 뗐다. 다행히 부모님은 나의 퇴사에 대해 진작 알고 계신 터라, 퇴사소식까지 전해야 하는 부담감은 덜했다. 그럼에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어차피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건데, 망설일 건 또 뭐람. 그냥 말씀 드리자. “아냐, 힘들어서 그만둔 건 아니고 유학 가려고 그만뒀어요.” "아빠 돈 없다" 아빠 대답에 왠지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대답에 마음이 좀 편해졌고, 또 마음이 좀 아파왔다. 나이 먹고 공부하러 간다고 반대하시진 않겠구나 싶어 마음이 좀 놓였고, 공부하겠다는 자식 못 도와준다고 혹여 자책하실까 봐 마음이 아팠다. 내려 오는 차 안에서 아빠한테 짤막하게 내 유학 결심을 말씀 드렸고,..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리지 유학 결심 후 내내 걱정했던 게 있는데, 바로 부모님께 말씀 드리는 일이었다. 부모님은 그간 감사하게도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별말 없이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셨다. 그러나 두 분도 내게 말을 안 하셔서 그렇지, 좁은 시골마을에서 들려오는 무성한 ‘카터라’ 통신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셨을 테다. 누구 집 자식이 어느 대학을 갔다더라부터 시작된 정체불명의 카터라 통신은 자식들의 연령에 발맞춰 누가 어느 직장에 취직했다더라, 연봉을 얼마를 받는다더라, 시집을 잘 갔다더라 등등 끝 없는 버전을 선보인다. 우리 부모님도 그런 소식들 틈에서 한번쯤은 마음껏 자식 자랑을 하고 싶으셨을거다. 그런데 부모님 눈에 과년한 여식이 진로도 불분명한 전공을 공부하겠답시고 직장도 때려치우고 유학을 간다니 얼마나 답답할 노릇..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비자 면접을 보고 기분이 나빴다 프랑스 학생비자를 취득하려면 프랑스 문화원에서 면접을 봐야 한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괴소문(?)에 따르면 면접관 운이 매우 중요한데, 친절한 면접관부터 인신공격을 일삼는 면접관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프랑스 유학 커뮤니티에서는 악명 높은 면접관이 있는 방을 공포의 3번 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는 면접 전까지 그런 분위기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면접실에 들어갔다가 문자 그대로 기분 나쁜 상태로 나왔다. 친구의 따끔한 조언(유학을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 편 참고)이후로,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있는데 바로 내 자신이 기분 나빠하고 있을 때다.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나중에라도 감정을 걷어내고 상황을 찬찬히 되짚어보려고 한다. 내 기분이 나쁘다는 건, 내가 지금 뭔가 불..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무모하게 가는 건 나도 싫어 나도 무모하게 가는 건 싫었다. 그건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었다. 다녀와서 정확하게 어디서 뭘 할 건지 세세한 수준까지 계획을 세울 순 없었지만(그럴려고 하다가 4년을 못 갔다) 왜 가고 싶은지 가서 어떤 것을 공부하고 어떤 것을 얻으려고 하는지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지 정도는 계획이 있어야 했다. 나는 그간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했고, 앞으로도 이와 맞닿아 있는 일에 뜻이 있기 때문에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이 분야에서 영어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불어를 배워놓고도 싶었다. 나도 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계획이라는 거. 그래도 큰 줄기를 세운 것만으로도 예전에 비해 마음이 든든했다. 더 이상 주저 말고 일단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하다 보면 방법을 찾게 된다는 걸 배운 후..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누군가 나를 지지해주길 바랬다 선택하기에 앞서 나도 모르게 부모님, 동생, 친구, 친척들, 상사 등등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내 선택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괴롭힌 사람은 동생이었다. 동생한테 ‘나 가도 될까?’ 하고 수백 번 넘게 물어봤다. 양치 하다가 갑자기, 물 마시다가 갑자기, TV 보다가 갑자기. 하루 종일 숨쉬듯이 동생한테 물어봤다. 동생은 늘 그렇듯 미쳤냐고 했다. 실은 아무 의미 없었다. 동생이 가라고 해서 갈 것도 아니고, 동생이 가지 말라고 해서 안 갈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듣고 싶었다. 가도 된다는 말이. 무의미한 대답이라도 듣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으니까. 남들의 동의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니. 이건 또 뭔가. 유학 준비하면서 또다른 내 모습을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 프로젝트/프랑스 유학기 출간 2023. 1. 15.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다음